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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AI 사업 인사이트

지자체 AI 사업 발주, 중앙정부와 다른 점

아래에서 올려다본 시청 건물의 곡면 외벽 두 동
핵심 요약
  • 01 지자체 AI 사업은 예산 규모보다 결재 라인(단계 수)부터 다르게 봐야 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다.
  • 02 담당자 교체(순환보직)에 대비해 인수인계 문서를 아예 제안서 산출물 항목에 넣기 시작했다.
  • 03 일정표는 기술 일정이 아니라 지방의회 일정과 예산 확정 시기부터 확인하고 거꾸로 짠다.

중앙정부 AI 사업만 하다가 지자체 사업에 처음 들어갔을 때, 진짜 넘어야 할 벽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였다. 중앙부처 사업을 8년 넘게, 십여 건 이상 해오며 쌓은 감이 있었지만, 그 감은 지자체 사업 앞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이 글은 그 차이를 처음 겪었을 때의 시행착오와, 지금은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정리한 기록이다. 기술 스펙보다 조직 구조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는 몸으로 배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지자체 사업 한 건이 진행 중인데, 세부는 달라도 아래 패턴은 거의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중앙정부 사업과 헷갈렸던 것

중앙정부 사업 경험은 지자체 킥오프 자리에서 거의 쓸모가 없었다. 그동안 익숙했던 중앙정부 사업의 구조는 대략 이랬다.

  • 담당 라인: 사무관 1명 + 실무자 1~2명이면 사업 방향의 8할 파악
  • 사업 공고: 나라장터(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KONEPS)[1]에 게시
  • 결재 단계: 실무자 → 팀장 → 과장, 최대 3단계
  • 예산 상태: 이미 확정된 채 내려오는 경우가 많음
  • 질의응답: 나라장터 게시판·이메일로 하루 이틀 내 회신

그 경험 그대로 지자체 사업 첫 킥오프 미팅에 들어갔다가 당황했다. 실무자 한두 명을 예상하고 자료를 준비해 갔는데, 실제로는 정보화팀·예산부서·사업 담당 부서 등 여러 부서 담당자가 한꺼번에 자리하고 있었다. 각자 관심사도 달랐다.

  • 정보화팀 — 보안 체계
  • 예산부서 — 집행 근거
  • 사업 담당 부서 — 현장 적용성
  • 감사 대응 겸임 직원 — 배석(역할은 나중에야 파악)

그날 준비한 발표 자료는 예정된 순서대로 끝까지 넘기지 못했고, 회의도 예상보다 훨씬 길게 이어졌다.

지자체만의 의사결정 구조

지자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가계약법 체계와는 별도의 입찰·계약집행기준을 적용받는다[2]. 그 위에서 실제로 체감한 결재 구조 차이는 이랬다.

구분중앙정부(경험상)지자체(경험상)
결재 라인실무자 → 팀장 → 과장 (3단계)실무자 → 팀장 → 과장 → 국장 → 부단체장 (5단계)
결재 소요2~3일짧아도 5일, 부서 간 이견 시 1주일 이상
관련 부서담당 부서 중심정보화팀·예산부서·사업 담당 부서, 때로 감사부서까지 합의 필요
결재 라인·소요 기간은 필자가 겪은 사업 기준의 체감치이며, 지자체별로 다를 수 있다.

여기에 변수가 몇 가지 더 겹친다.

  • 지방의회 정례회 보고 — 예산이 이미 확정돼 있어도 지자체장·관계 공무원이 사업 추진 경과를 지방의회에 출석해 보고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3], 사업 일정이 의회 일정에 맞춰 조정되기도 한다
  • 순환보직 — 지방공무원 인사 운영상 통상 2년 주기로 부서를 옮기는 순환근무가 원칙이라[4], 인사이동 시기와 사업 기간이 겹치면 담당자가 실제로 바뀐다
  • 회계 시스템 — 예산 집행 현황은 지자체 자체 시스템인 e호조(지방재정관리시스템)[5]로 확인해야 해서, 나라장터에만 익숙했던 입장에서는 절차 자체가 낯설었다

시스템이 다르다는 건 단순한 UI 차이가 아니라, 예산이 어느 단계에 걸려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부딪혔던 문제

담당자 교체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생각보다 크게 사업을 흔들었다. 사업 착수 초반에 담당자가 바뀐 적이 있는데, 새로 부임한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미 확정된 요구사항 정의서의 항목 하나하나가 왜 그렇게 정의됐는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전임 담당자와 오랜 시간 조율해 온 내용이었는데도, 그 조율 과정 자체가 문서로 남아 있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이미 합의됐던 요구사항 상당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고, 회의 시간도 예정보다 한참 늘어졌다.

더 곤란했던 건 일정이었다. 중앙정부 사업 기준으로 짰던 일정표는 “결재 3단계, 이견 없으면 1주일”을 전제로 만든 것이었는데, 지자체는 결재 단계가 두 배 가까이 되니 같은 일정표가 그대로 밀렸다. 발주 담당자를 탓할 수도 없었다 — 그쪽 입장에서는 순환보직 규정을 그대로 지킨 것뿐이었다. 잘못한 사람은 딱히 없는데 일정만 계속 늦어지는 상황은, 겪어보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그 사업은 전체 일정이 원래 계획보다 몇 주 이상 늘어진 채로 마무리됐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는 것담당자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는 것1인수인계 문서를 산출물로 명시제안서 단계에서 담당자 변경 시 항목으로 넣어둔다2요구사항마다 합의 배경과 날짜를 한 줄씩조율 과정이 문서에 없으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게 된다3결재 이력은 이메일이 아니라 공유 스프레드시트에순서와 날짜가 중요한 기록은 단순한 표가 낫다4일정표는 의회 일정·예산 확정 시기에서 역산결재 단계가 두 배면 같은 일정표는 그대로 밀린다5첫 미팅에서 결재 라인 단계를 직접 묻는다먼저 확인하는 쪽이 오히려 신뢰를 준다기술은 같아도 조직 구조는 다르게 봐야 한다.근거 · 저자가 지자체 사업에서 담당자 교체를 겪은 뒤 정한 준비 항목
인수인계 서류철 하나를 다시 정리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인수인계 자체를 산출물 항목에 넣는다. 준비 단계에서 챙기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제안서에 담당자 변경 시 인수인계 문서를 산출물로 명시
  • 요구사항 정의서마다 합의 배경·합의 일자를 한 줄씩 기록
  • 이메일 스레드 대신 공유 스프레드시트에 결재 이력·합의 사항 누적
  • 일정표는 지방의회 일정·예산 확정 시기를 먼저 확인한 뒤 역산해서 수립
  • 첫 미팅에서 결재 라인 단계를 직접 확인

노션 같은 협업 툴도 써봤지만, 결재 이력처럼 순서와 날짜가 중요한 기록은 오히려 단순한 표 형태가 더 잘 맞았다. 예전에는 실례가 될까 봐 결재 단계를 못 물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먼저 확인하는 쪽이 신뢰를 준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첫 미팅에서 결재 라인을 먼저 물어보면, 담당자 쪽에서도 준비된 업체로 보고 오히려 더 편하게 대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여전히 남는 고민

이 방식도 매번 통하지는 않는다. 지자체마다 결재 라인 단계 수가 다르고, 어떤 곳은 정보화팀 권한이 세고 어떤 곳은 예산부서가 사실상 키를 쥐고 있다. 매번 새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고, 이 부분은 솔직히 아직도 사업마다 조금씩 헤맨다. 인수인계 문서를 산출물로 넣어도, 정작 그 문서를 꼼꼼히 읽고 넘어오는 담당자를 만나는 건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기술은 같아도 조직 구조를 다르게 봐야 한다는 원칙 하나는 분명해졌다. 중앙정부 사업 경험만 믿고 지자체 사업에 들어가는 동료가 있다면, 예산 규모보다 결재 라인과 순환보직 주기부터 물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 겪을 때는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이 앞섰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오히려 조직을 읽는 법을 가르쳐준 셈이다. 다음에 지자체 사업을 새로 맡는 후배가 있다면, 이 글의 체크리스트 한두 개만 챙겨가도 첫 두 달은 훨씬 덜 헤맬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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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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