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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AI 사업 인사이트

공공데이터 AI 공모전 137건, 접수 숫자와 실행 사이의 거리

여러 개의 서류철과 노트북 화면 속 데이터 목록을 검토하는 손을 보여주는 장면

안산시가 올해 공공데이터·AI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37건을 접수했다. 전년 40건의 3.4배다. 수상작은 5건. 전자신문이 8월 2일 전한 숫자다.

이런 기사를 보는 시선은 자리에 따라 갈린다. 주관하는 쪽에 137은 성과다. 홍보가 닿았고 관심이 늘었다는 증거니까. 그런데 공공 사업을 제안해서 수행까지 가 본 쪽에서 보면 눈길이 다른 데로 간다. 137과 5 사이보다, 5와 ‘실제로 굴러가는 것’ 사이가 더 멀다.

접수는 3.4배가 됐다접수는 3.4배가 됐다2025년 접수402026년 접수1372026년 수상5수상 5건은 접수의 3.6%다. 공모전 심사는 원래 이렇게 좁다.근거 · 근거 · 전자신문 2026.08.02 보도
접수 증가폭과 수상 건수를 같은 축에 놓으면 공모전이 무엇을 거르는 절차인지 보인다.

137이라는 숫자가 실제로 말해 주는 것

먼저 숫자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아이디어 공모전 접수가 1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면 그건 진짜 변화다. 공공데이터를 열어 두기만 하고 아무도 안 쓰던 시기를 겪어 본 입장에서, 137장의 제안서가 들어왔다는 건 최소한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뜻이다.

다만 접수 건수는 관심의 지표이지 실행의 지표가 아니다. 아이디어 공모전에 내는 데 필요한 것은 A4 몇 장이다. 데이터를 실제로 받아 본 적이 없어도, 개발자가 없어도, 예산 구조를 몰라도 쓸 수 있다. 그게 공모전의 장점이다 — 진입 문턱을 낮춰서 평소 안 보이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게 목적이니까.

문제는 그 낮은 문턱이 다음 단계에서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상은 시작 신호이지 착수 신호가 아니다.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려면 통과하는 관문

수상작이 실제 서비스나 시스템이 되기까지, 내가 봐 온 경로는 대체로 이렇게 생겼다. 지자체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뼈대는 비슷하다.

수상 이후 실제로 밟는 단계수상 이후 실제로 밟는 단계1단계수상 — 아이디어의 타당성까지만 인정된 상태2단계소관 부서 배정 — 이 아이디어를 누가떠안을지 정한다3단계예산 편성 — 통상 다음 회계연도로 넘어간다4단계과업지시서 작성 — 아이디어를 발주 언어로번역한다5단계발주·계약 — 여기서 처음 수행사가 붙는다6단계데이터 실제 개방 — 목록에 있는 것과 쓸 수있는 것은 다르다수상에서 발주까지 회계연도 하나가 통째로 지나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수상은 이 사다리의 첫 칸이다. 아래 다섯 칸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관여하기 어려운 구간이다.

이 사다리에서 가장 많이 미끄러지는 칸은 두 번째와 네 번째다.

소관 부서 배정. 아이디어가 좋을수록 여러 부서에 걸친다. 교통·복지·환경 데이터를 엮은 제안은 심사에서 점수가 높다. 그런데 여러 부서에 걸친다는 건 그 사업을 자기 예산으로 떠안을 단일 주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자체 발주 구조를 다룰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결재선이 갈리는 사업은 좋은 사업이어도 느리다.

과업지시서 작성. 아이디어는 ‘무엇을 만들면 좋겠다’로 끝나도 되지만 과업지시서는 ‘무엇을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를 적어야 한다. 이 번역을 담당 주무관이 혼자 한다. 원래 아이디어의 절반은 이 과정에서 깎이고, 깎인 이유는 대개 기술이 아니라 검수 가능성이다 — 결과를 어떻게 확인할지 못 정하면 그 항목은 빠진다.


심사에서 살아남는 제안의 공통점

그렇다면 내는 쪽은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나. 공공 제안서를 오래 써 온 사람으로서, 아이디어 공모전과 정식 입찰은 평가 논리가 꽤 겹친다고 본다. 둘 다 결국 심사자가 이 제안을 옹호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쪽이 이긴다.

여기서 말하는 옹호 가능성은 문장 하나 차이로 갈린다.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적 서비스’는 심사자가 회의에서 그대로 읽을 수 없는 문장이다. 반대로 ‘버스 정류장별 승하차 데이터를 30분 단위로 받아 배차 간격을 다시 계산한다’는 읽을 수 있다. 앞 문장은 심사자에게 판단을 떠넘기고, 뒤 문장은 판단할 재료를 준다.

심사자는 이 아이디어를 내부에서 한 번 더 설명해야 한다. 그때 쓸 문장을 제안서가 미리 만들어 두면 통과 확률이 오른다. 반대로 ‘혁신적’, ‘선도적’ 같은 말은 심사자가 그대로 옮길 수 없는 말이다. 옮기는 순간 본인이 책임을 지게 되니까.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가 갈랐다. 어떤 데이터셋을 쓰는지 이름으로 적었는가, 그 데이터가 지금 어떤 형태로 열려 있는지 확인했는가, 안 되면 무엇으로 대체하는지 적었는가. 제안서에서 자주 감점되는 지점과 겹치는 대목이다.


내년에 낸다면 나는 이렇게 하겠다

공모전은 아이디어를 파는 자리가 아니라 실행 가능성을 파는 자리로 보는 게 맞다. 그 관점에서 항목을 추려 두면 다음과 같다.

아이디어 공모전 제출 전 점검아이디어 공모전 제출 전 점검1‘공공데이터를 활용해’는 아무것도 특정하지 않는다2목록에 있는 것과 API 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다르다3부서가 갈리면 예산 주체가 사라진다4검수 기준이 없으면 과업지시서에서 빠진다5대개 다음 회계연도로 넘어간다근거 · 근거 · 저자의 공공 제안·수행 경험에 따른 판단
심사자가 내부에서 그대로 인용할 수 있는 문장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핵심이다.

다섯 항목 중 실제로 가장 많이 빠지는 건 네 번째다. 제안서를 쓰는 사람은 만들 것을 상상하지, 만든 뒤에 그것이 잘 됐는지 누가 어떻게 확인할지는 잘 상상하지 않는다. 그런데 과업지시서를 쓰는 사람은 그 확인 방법이 없으면 항목 자체를 넣지 못한다. 검수 기준을 제안서에 미리 적어 두는 것은 심사 점수보다 그다음 단계에서 값을 한다.

덧붙이면, 이 목록은 제안하는 쪽만의 숙제가 아니다. 주관하는 쪽이 공고문에 ‘개방 형태를 확인해서 적을 것’을 요구 항목으로 넣으면 137건의 평균 품질이 올라간다. 접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그쪽이 다음 해에 남는다.


이 글의 한계

여기서 말한 관문 구조는 내가 참여했던 사업들에서 반복적으로 본 패턴이지, 안산시 사례를 들여다보고 쓴 게 아니다. 안산시가 수상작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위 보도 이상으로 갖고 있지 않다. 지자체에 따라 수상작 사업화 트랙을 따로 운영하는 곳도 있고, 그런 곳은 위 사다리가 훨씬 짧다.

그러니 이 글은 ‘안산시가 이럴 것이다’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사업 사이에는 대체로 이런 거리가 있으니, 내는 쪽이 그 거리를 미리 계산해 두면 유리하다’는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되겠다.


이 글에 쓴 근거

  • 전자신문(2026. 8. 2.) 「안산시 공공데이터·AI 공모전 137건 접수…수상작 5건 선정」 https://www.etnews.com/20260802000003
  • 그 밖의 서술(관문 구조·제안 점검 항목)은 저자의 공공사업 제안·수행 경험에 따른 판단이며 특정 기관의 절차를 기술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AI 솔루션 공급사에 재직 중이다. 이 글은 개인 견해이며 소속사 입장과 무관하다. 특정 지자체·사업과의 이해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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