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테크노파크가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2026년도 스마트제조 전문인력 육성사업의 수도권 사업단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봤다. 전자신문이 8월 1일 전한 내용으로, DX·AX 에 대응할 제조 현장 인재를 기르겠다는 것이다.
인력양성 사업은 공공사업 중에서도 성과를 재기가 비교적 쉬운 축에 든다. 몇 명이 교육을 받았고 몇 명이 수료했고 몇 명이 취업했는지가 숫자로 나온다. 그래서 제안서도 그 숫자를 중심으로 쓰게 된다.
그런데 제조 현장에서 AX 가 실제로 막히는 지점을 여러 번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좀 다르다. 모자란 건 사람 수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앉을 자리다.
수료 인원이 성과가 되는 구조
인력양성 사업의 성과지표는 대개 투입과 산출로 짜인다. 몇 시간을 가르쳤고 몇 명이 이수했는가. 이건 발주처에도 수행사에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재기 쉽고, 검증 가능하고, 회계연도 안에 끝난다.
문제는 이 지표가 교육이 끝나는 지점에서 멈춘다는 데 있다. 수료자가 현장에 돌아가 실제로 무언가를 바꿨는지는 지표 밖이다. 바꿀 권한이 있었는지도 마찬가지다.
이걸 사업 설계자의 게으름으로 볼 일은 아니다. 회계연도 안에 정산이 끝나야 하는 구조에서 ‘적용까지 봤다’는 지표를 넣으면 사업이 다음 해로 넘어가고, 넘어가면 예산 항목이 달라진다. 지표가 교육 종료에서 멈추는 건 제도의 시간 단위가 그렇게 생겨서다.
배운 사람이 돌아가는 자리
제조 현장의 의사결정 구조는 제조업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안전과 품질 때문에 그렇게 생겼다. 공정을 바꾸려면 품질 영향을 확인해야 하고, 확인하려면 라인을 세워야 하고, 라인을 세우려면 생산 계획을 손봐야 한다. 이 사슬을 흔들 수 있는 사람은 조직도에서 꽤 위에 있다.
교육을 받고 온 사람은 대개 그 사슬의 아래쪽에 있다. 데이터를 뽑을 줄 알게 됐고 모델이 뭘 하는지 알게 됐지만, 그걸로 라인을 세우자고 말할 자리는 아니다. 그래서 배운 것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남는다.
실제로 교육 만족도 조사에서 자주 나오는 문장이 “우리 회사에서는 못 쓸 것 같다”인데, 이건 교육이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돌아갈 자리를 알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배운 사람이 제일 먼저 계산하는 게 그거다.
예전에 AI 도입 첫 몇 달에 팀이 놓치는 것을 정리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도구보다 역할 재정의가 먼저라는 것. 제조 현장에서는 그 간극이 더 크다 — 사무직 업무는 개인이 자기 방식만 바꿔도 성과가 나지만, 공정은 혼자 바꿀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인력양성 사업에 무엇을 더 넣어야 하나
이걸 사업 설계 쪽에서 보완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잘 굴러간 사업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네 번째가 특히 중요한데, 동시에 발주처가 가장 넣기 꺼리는 항목이기도 하다. 수료 인원은 수행사가 통제할 수 있지만 공정 변경은 수요기업 사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통제 못 하는 지표를 계약에 넣으면 수행사가 리스크를 안는다.
첫 번째 항목도 실무에서는 반발이 있다. 상급자를 교육에 앉히면 인당 비용이 오르고 일정 조율이 어려워진다. 다만 이건 교육을 두 배로 하자는 말이 아니라, 하루짜리 요약 세션이라도 같은 내용을 같은 언어로 듣게 하자는 쪽에 가깝다. 돌아가서 설득할 때 “저번에 들으신 그거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현실적인 절충은 ‘바꾼 공정 수’를 평가 지표가 아니라 보고 항목으로 두는 것이다. 점수를 매기지 않되 반드시 적게 하면, 최소한 아무도 안 보는 상태는 면한다.
수행사 쪽에서 할 수 있는 것
발주 구조를 바꾸는 건 제안하는 쪽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제안서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 수료 이후를 명시적으로 쓰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코칭’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 4주 동안 무엇을 기록할지 미리 정해 두는 것이다. 어떤 공정을 봤고 무엇을 못 바꿨고 왜 못 바꿨는지가 남으면, 그게 다음 사업의 과업지시서가 된다. 못 바꾼 이유가 오히려 더 값진 기록이다.
과업지시서에 없어도 ‘수료 후 4주간 현장 적용 코칭’을 무상으로 제안 범위에 넣는 식이다. 비용이 들지만 평가에서 변별이 되고, 무엇보다 다음 해 사업의 근거자료가 된다. 제안서에 쓰는 근거자료에서 가장 힘이 센 게 직전 사업의 정량 실적이라는 걸 생각하면 계산이 나쁘지 않다.
이 글의 한계
위 내용은 경기TP 의 이번 사업을 들여다보고 쓴 게 아니다. 사업단 선정 보도 이상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실제 커리큘럼과 성과지표가 어떻게 짜였는지도 모른다. 이미 수료 이후 구간을 설계에 넣었을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이 간극이 제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다만 제조 현장은 공정을 바꾸는 비용이 눈에 보이게 크기 때문에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날 뿐이다. 그러니 이건 특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인력양성 사업 일반에서 반복해서 본 간극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 주시면 되겠다. 제조 AX 는 사람을 기르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그 사람이 설 자리를 만드는 문제다.
이 글에 쓴 근거
- 전자신문(2026. 8. 1.) 「경기TP, DX·AX 대응 제조현장 인재 양성 추진」 https://www.etnews.com/20260801000064
- 인력양성 사업 구조·보완 항목에 관한 서술은 저자의 공공사업 제안·수행 경험에 따른 판단이며 특정 사업단의 설계를 기술한 것이 아니다.
필자는 AI 솔루션 공급사에 재직 중이다. 이 글은 개인 견해이며 소속사 입장과 무관하다. 언급한 기관·사업과의 이해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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