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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AI 사업 인사이트

공공 AI 사업 제안서에 자주 쓰는 근거자료, 실제로 먹히는 것

서류철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파일 서랍
핵심 요약
  • 01 화려한 해외 리포트보다, 발주기관이 ‘이건 우리 얘기다’라고 느낄 국내 유사 사례 하나가 더 강하게 먹혔다.
  • 02 질문이 쏟아지는 발표는 실패가 아니라 그만큼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 03 이제는 예산·시스템·기간 조건부터 확인하고,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자료는 아무리 화려해도 뺀다.

제안서 근거자료로 예전엔 해외 유명 컨설팅사 리포트부터 찾았다. 화려하고 그럴듯했다. 그런데 정작 심사장에서 점수를 가른 건 다른 자료였다. 지자체·공공기관 AI 사업 제안서를 10년 넘게 써오면서 검토위원 피드백을 여러 번 받아본 끝에 알게 된 사실 하나 — 근거자료의 승패는 “얼마나 크고 화려한가”가 아니라 “발주기관이 자기 얘기처럼 읽을 수 있는가”에서 갈린다. 이번 글은 그 기준을 갖추기까지 겪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그대로 정리한 기록이다.

처음엔 외부 통계로 승부하려 했다

화려한 해외 자료 한 장이면 승부가 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그 믿음은 완전히 틀렸다. 몇 년 전, 한 지자체의 AI 도입 사업 제안서를 쓸 때 일이다. 마감을 앞두고 사무실에 남아 표지 다음 장에 넣을 ‘한 방’을 찾던 밤이 있었다. 해외 유명 컨설팅사가 낸 백서에서 생산성 향상 수치를 큼지막하게 인용해 넣었다. 정확히 몇 퍼센트였는지는 이제 기억도 안 나지만, 그 숫자 하나가 제안서 전체를 빛나게 해줄 거라 믿었다.

‘해외 대형 컨설팅사 자료 = 신뢰도 보증수표’라는 공식이 그때는 머릿속에 있었다. 표지 디자인에도 공을 들이고, 그 통계 문구는 폰트 크기를 키워 눈에 띄게 배치했다. 정작 공을 들인 건 그 한 장뿐이었고, 나머지 내용은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채워 넣었던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근거자료를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치’ 정도로만 여겼다. 발주기관 입장에서 그 자료가 실제로 쓸모가 있는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발표 당일, 심사위원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실제로 먹힌 근거자료

그날 받은 질문들이 근거자료를 고르는 기준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첫 질문부터 그 자료가 발주기관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캐묻는 내용이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 그 자료는 발주기관과 비슷한 규모도, 비슷한 시스템 환경도 아니었으니까. 진땀을 흘리며 얼버무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면 다음 사업에서는 접근을 완전히 바꿔봤다. 예산·인력 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자체가 유사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찾아 제안서 초반에 넣었다.

그러자 질문의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입 과정의 애로사항과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 가능성을 묻는, 훨씬 구체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처음엔 질문이 쏟아져서 오히려 당황했는데, 나중에 담당자에게 따로 들어보니 그만큼 제안서를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예전엔 질문이 적은 발표가 잘된 발표라고 착각했었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질문이 많아질수록 그 제안서를 자기 문제로 읽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뒤로는 제안서를 쓰기 전 단계부터 ‘이 사업과 예산·인력 규모가 비슷한 기관이 최근 2~3년 내 어떤 사업을 했는가’를 먼저 찾고,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초안을 시작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자료 찾는 순서를 바꿨을 뿐인데 제안서의 설득력 자체가 달라졌다.

안 먹혔던 근거자료와 이유

규모와 예산이 발주기관과 크게 다른 사례는, 아무리 화려해도 “그래서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으로 이어지기 쉬웠다. 해외 대기업의 AI 전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가, 예산 규모 자체가 비교 대상이 안 된다는 지적에 제대로 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했던 적도 있다. 이때부터 근거자료를 찾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 지금 주로 쓰는 경로는 세 가지이고, 상황에 따라 구분해서 쓴다.

  • 나라장터 사업정보 검색 — 유사 사업 예산·기간 신속 확인[1]
  • 부처·지자체 성과보고서 — 추진 과정의 세부 맥락·애로사항 파악에 유리[2][3]
  • 정보공개청구 — 앞의 두 경로로 안 나오는 세부 데이터 전용, 처리 기간 통상 2~3주[4]

이 세 가지를 상황에 따라 구분해 쓰게 된 것도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 몇 년은 자료 조사 방법 자체를 몰라서 무작정 검색 엔진에 의존했다. 검색 엔진으로는 화려한 해외 사례나 언론 보도자료만 상위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정작 필요한 국내 유사 규모 기관의 조용한 사업 실적은 걸러지지 않고 묻혀 있곤 했다. 그 차이를 깨닫는 데만 몇 번의 제안서 탈락을 거쳐야 했다.

근거자료를 넣기 전에 통과시키는 네 가지근거자료를 넣기 전에 통과시키는 네 가지1예산 규모 — 차이가 2배 이내인가규모가 다르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로 돌아온다2시스템 환경 — 레거시 유무와 사용자 규모가비슷한가환경이 다르면 도입 과정의 애로가 재현되지 않는다3사업 기간 — 비교 가능한 범위인가기간이 어긋나면 일정·예산 근거로 쓸 수 없다4애로·극복 과정이 확인되는가성과만 적힌 자료는 의심한다화려한 해외 리포트 한 건보다 이 기준을 통과한 국내 유사사례 두세 건이 늘 반응이 좋았다.근거 · 저자가 공공 제안서 자료조사에서 정리한 판별 기준
실제로 먹힌 자료와 그렇지 않았던 자료는 출처에서 갈렸다

요즘은 근거자료를 넣기 전에 스스로 네 가지를 확인하고,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자료도 뺀다.

  • 예산 규모 — 차이 2배 이내
  • 시스템 환경 — 레거시 유무·사용자 규모 유사
  • 사업 기간 — 비교 가능한 범위
  • 애로·극복 과정 — 확인 여부(성과만 있는 자료는 의심)

이 체크리스트를 정리하기 전에는 매번 자료조사에 며칠씩 매달렸다. 후배들도 자료 찾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묻곤 했는데, 그땐 딱히 대답할 기준이 없어서 대충 얼버무렸다. 지금은 위 네 가지로 먼저 걸러내고 나서 깊게 파다 보니, 조사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화려한 해외 리포트 한 건보다, 이 기준을 통과한 국내 유사사례 두세 건이 심사장에서 늘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국 근거자료는 양이 아니라 ‘발주기관이 자기 얘기로 느끼는가’의 문제였다.

요즘은 이 체크리스트를 후배들과도 공유하는데, 처음 써보는 사람일수록 화려한 자료 하나쯤은 넣어야 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그 마음, 나도 안다 — 예전의 나도 똑같이 생각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화려한 해외 통계 한 장만 믿고 마감에 쫓기던 예전 얘기를 들려준다.

근거자료를 고르는 기준이 바뀌면서 제안서를 준비하는 시간 배분도 달라졌다. 예전엔 표지와 첫 페이지에 들어갈 ‘화려한 한 방’을 찾는 데 조사 시간의 절반을 썼다. 지금은 발주기관과 조건이 비슷한 기관을 찾아, 그 기관이 겪은 어려움까지 파고드는 데 시간을 더 쓴다. 화려함은 한 번의 인상은 남기지만, 발주기관 담당자가 “이건 우리 얘기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결국 비슷한 처지의 사례에서만 나왔다. 다음 제안서를 준비할 때도 이 기준은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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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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