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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전략·실전

AI로 대체된다는 직무, 실제로 23년차가 본 현실

책상 위에서 업무 항목을 종이에 정리하며 우선순위를 나누는 장면
핵심 요약
  • 01 사라지는 건 직무가 아니라 판단 여지가 좁고 되돌리기 쉬운 작업 단위다.
  • 02 변화는 개인 도구 사용 → 기대치 이동 → 역할 재정의 순으로 나타나며, 대비 논의는 대개 마지막 단계에 맞춰져 늦는다.
  • 03 판단하는 작업의 근거는 결정 시점에 '선택하지 않은 쪽과 이유'로 남겨야 쓸모가 있다.

“이 직무는 5년 안에 사라진다”는 예측을 자주 본다. 이 글은 그 예측의 맞고 틀림을 따지는 대신, 조직에서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층위가 어디인지를 다룬다. 여러 조직에서 업무가 재편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무라는 단위로는 이 변화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직무가 사라진다”는 표현이 어긋나는 지점

직무는 여러 작업의 묶음이다. 한 사람의 하루를 쪼개보면 성격이 전혀 다른 일들이 한 이름 아래 묶여 있다. 자료를 모으는 일, 형식을 맞추는 일, 판단하는 일, 설득하는 일, 책임지는 일이 같은 직함 안에 들어 있다.

도구가 들어올 때 이 묶음이 통째로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묶음 안에서 특정 작업만 빠지고 나머지는 남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직무가 그대로 있는데 안에서 구성이 바뀐다. “없어진다”보다 “재편된다”가 실제에 가깝고, 이 차이는 대비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직무 전체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자동화 가능성을 따지는 방식은 국제 노동시장 보고서에서도 같은 틀로 쓰인다[1]. 직군을 통째로 “사라진다/남는다”로 가르는 대신, 그 직군의 업무 가운데 자동화 가능한 비율이 얼마인지를 산출하는 접근이다. 관점의 단위가 직무가 아니라 작업이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관찰되는 재편 양상과도 맞물린다.

실제로 빠져나가는 작업의 공통점

직무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갈린다직무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갈린다먼저 빠지는 작업남는 작업판단의 여지좁다맥락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정답에 대한 합의쉽다무엇이 맞는지 합의가어렵다틀렸을 때되돌리기 쉽다비용이 크다형식 정리 · 1차 요약 ·자료 취합기준 정하기 · 조율 ·책임지기기술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임을 귀속시킬 대상이 필요해서 남는다.근거 · 저자가 여러 조직에서 업무 재편을 지켜보며 정리한 구분
여러 조직에서 업무 재편을 지켜보며 정리한 구분

먼저 빠지는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판단의 여지가 좁고, 결과의 정답에 합의가 쉽고, 틀렸을 때 되돌리기 쉬운 것들이다. 형식 정리, 1차 요약, 자료 취합, 초안 작성 같은 작업이 여기 해당한다.

반대로 남는 작업은 그 반대 조건을 갖는다. 무엇이 맞는지에 합의가 어렵고, 맥락에 따라 답이 달라지고, 틀렸을 때 비용이 큰 것들이다. 어떤 기준으로 볼지 정하는 일,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결론을 내는 일, 그 결론에 책임을 지는 일은 도구가 대신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임을 귀속시킬 대상이 필요해서다.

변화가 조직에 나타나는 순서

이 재편이 조직에서 드러나는 순서에도 패턴이 있다.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

  • 1단계 — 개인 차원의 도구 사용: 일부가 알아서 쓰기 시작한다. 이때는 겉으로 아무것도 안 바뀐 것처럼 보인다.
  • 2단계 — 산출물 기대치 변화: 같은 시간에 나오는 결과의 양과 형식에 대한 기대가 조용히 올라간다. 공식 발표 없이 기준선이 이동한다.
  • 3단계 — 역할 재정의: 그제야 직무 기술서나 조직 구조가 손질된다. 이 단계는 앞의 두 단계보다 한참 늦게 온다.
변화가 조직에 나타나는 순서변화가 조직에 나타나는 순서1단계개인 차원 도구 사용2단계산출물 기대치 변화3단계역할 재정의
변화가 조직에 나타나는 순서

문제는 대비 논의가 대개 3단계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조직 발표가 나야 움직이는데, 실제 기준선은 2단계에서 이미 이동해 있다. 체감과 실제 사이의 시차가 여기서 생긴다.

그래서 지금 준비할 것

이 구조에서 따라 나오는 준비는 “AI를 배우자”보다 구체적이다. 자기 직무를 작업 단위로 쪼개보고, 각 작업이 앞의 두 조건 중 어디에 가까운지 표시해 보는 것부터다. 판단 여지가 좁고 되돌리기 쉬운 쪽에 몰려 있다면 그 비중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게 먼저다.

그다음은 남는 쪽의 근거를 쌓는 일이다. 판단하는 작업은 결과만으로는 잘 증명되지 않는다.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남아 있어야 다음에도 그 역할을 맡게 된다. 기록이 곧 그 근거다.

작업 단위로 쪼개는 실제 방법

자기 직무를 작업 단위로 쪼개라는 말은 쉬운데 막상 하려면 막힌다. 나는 결과물 기준으로 나눈다. 하루를 시간으로 나누면 회의·이동 같은 형식만 남지만, “무엇이 만들어졌는가”로 나누면 작업의 성격이 드러난다.

각 결과물에 두 가지만 표시해 본다. 하나는 이걸 만들 때 판단이 얼마나 들어갔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틀렸을 때 되돌리기 쉬운가다. 둘 다 낮은 항목이 먼저 빠질 후보고, 둘 다 높은 항목이 남는 쪽이다. 애매한 것은 애매한 대로 두면 된다 — 목적은 정확한 분류가 아니라 비중을 보는 것이다.

이 작업을 해보면 대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스스로 핵심이라 여겼던 일이 실은 형식 정리에 가깝거나, 사소하게 여겼던 조율이 실제로는 판단 밀도가 높은 작업이었던 경우가 흔하다.

기록이 근거가 되려면

판단하는 작업의 근거를 남기라고 했는데, 결과만 적어두면 근거가 되지 않는다. 필요한 건 선택하지 않은 쪽과 그 이유다. “A로 갔다”가 아니라 “B도 가능했는데 이 조건 때문에 A로 갔다”가 남아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서 그 판단을 다시 꺼내 쓸 수 있다.

이건 대단한 문서를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 결정할 때 두세 줄을 같은 자리에 쌓아두는 정도로 충분하다. 다만 결정 시점에 써야 한다. 나중에 정리하면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라 그때의 불확실성이 지워지고, 불확실성이 지워진 기록은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없다.

한계도 같이 적어둔다

이 관점에도 한계가 있다. 작업 단위로 쪼개는 방식은 개인이 자기 일을 재설계할 수 있는 재량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유효하다. 업무 범위가 외부에서 강하게 규정되는 자리에서는 개인이 비중을 조정할 여지가 작다. 그런 경우엔 개인 차원의 대비보다 조직·제도 차원의 논의가 먼저여야 하고, 이 글이 그 부분까지 답하지는 못한다.

다만 어느 쪽이든 출발점은 같다고 본다. “내 직무가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은 답하기 어렵지만, “내 하루 중 어떤 작업이 먼저 빠질 것 같은가”는 지금 당장 답해볼 수 있는 질문이다.

AI로 대체된다는 직무, 실제로 23년차가 본 현실 관련 실패·전환점 장면을 담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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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Photo by Anete Lusina on Pexels (https://www.pexels.com/photo/person-choosing-document-in-folder-4792285/)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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