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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 전략·실전

생성형 AI 교육이 끝난 다음 날부터가 진짜다

노트북 앞에서 메모를 참고하며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손과 책상 장면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한 ChatGPT 실무 교육 소식을 봤다. 여행사·호텔·식당 관계자를 모아 놓고 생성형 AI 를 실무에 쓰는 법을 가르쳤다는 내용이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교육이 늘고 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반가우면서도 한 가지가 걸린다. 나는 이런 교육의 강사석과 수강석에 다 앉아 봤는데, 교육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족도는 대체로 높게 나온다. 그런데 두 달쯤 뒤에 그 조직을 다시 보면 쓰는 사람이 서너 명으로 줄어 있다.

그 서너 명은 교육 전부터 쓰던 사람들이다. 즉 교육이 바꾼 게 거의 없다는 뜻이다.


만족도가 높은데 정착은 안 되는 이유

만족도 조사는 교육이 끝난 그 자리에서 한다. 그 시점에 사람들이 느끼는 건 “이게 되는구나”라는 놀라움이고, 그건 진짜 감정이다. 문제는 그 감정이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의 조건과 만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월요일 오전의 조건은 이렇다.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고, 그 일들은 이미 익숙한 방법으로 20분이면 끝나고, 새 방법으로 하면 처음엔 40분이 걸린다. 게다가 그 결과물을 상사가 받아 줄지 확신이 없다.

이 상황에서 새 방법을 고르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문제다. 그리고 그 계산은 대체로 옳다 — 그 사람의 조건에서는 안 쓰는 게 합리적이다.

교육장과 자기 자리의 조건 차이교육장과 자기 자리의 조건 차이교육장에서예제가 준비돼 있고, 실패해도 되고, 시간이 배정돼 있다그래서 잘 되고, 그래서 만족도가 높다vs자기 자리에서익숙한 방법이 더 빠르고, 결과를 누가 받아 줄지 모르고,시간이 없다정착률을 가르는 건 이쪽 조건이다교육 내용이 아니라 돌아간 자리의 조건이 결과를 정한다
같은 사람이 두 조건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래서 나는 만족도 조사 숫자를 정착 예측에 안 쓴다. 그 숫자가 재는 건 교육의 품질이지 조직의 준비 상태가 아니다. 둘을 섞으면 “교육은 잘됐는데 왜”라는 잘못된 질문에서 출발하게 된다.


돌아간 자리에 없는 세 가지

여러 조직에서 반복해서 본 결핍은 세 가지였다.

첫째, 승인된 용도가 없다. “써도 된다”와 “이 업무에 이렇게 쓰면 된다”는 다르다. 앞엣것만 있으면 각자 판단해야 하고, 판단에는 책임이 따르므로 대부분 안 쓴다. 권한 범위와 거버넌스를 문서로 정해 두지 않은 조직에서 특히 심하다.

둘째, 결과물의 형식이 없다. AI 로 만든 초안을 어떤 모양으로 제출해야 하는지가 없으면, 받는 사람마다 반응이 달라진다. 한 번 퇴짜를 맞으면 그 사람은 다시 안 쓴다.

두 번째는 특히 조용히 작동한다. 형식이 없으면 각자 다른 모양으로 내고, 받는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을 보면 일단 더 꼼꼼히 본다. 그러면 검토가 길어지고, 낸 사람은 “AI 로 하면 더 오래 걸린다”고 결론 내린다. 실제로 오래 걸린 게 맞으니 반박도 어렵다.

셋째, 물어볼 사람이 없다. 교육 강사는 그날로 끝이고, 사내에는 물어볼 자리가 없다. 막히면 그냥 원래 방법으로 돌아간다. 이게 가장 조용하게 벌어지는 이탈이다.


교육 다음 2주에 두는 장치

그래서 나는 교육을 설계할 때 교육 자체보다 그 뒤 2주를 먼저 정한다. 거창할 필요는 없고, 아래 정도면 체감이 꽤 달라진다.

교육 종료 후 2주 장치교육 종료 후 2주 장치1판단을 개인에게 넘기면 책임 때문에 안 쓴다2받는 사람의 반응이 갈리면 한 번 퇴짜로 끝난다3막혔을 때 물어볼 데가 없으면 조용히 되돌아간다4‘저렇게 써도 되는구나’가 규정보다 빠르게 퍼진다네 항목 모두 교육 예산이 아니라 운영 시간으로 해결된다.
정착은 교육 품질이 아니라 교육 이후의 운영에서 갈린다.

이 중 하나만 고르라면 첫 번째다. 용도가 세 개로 좁혀지면 나머지 세 항목이 자동으로 쉬워진다 — 만들 형식도 세 개고, 나올 질문도 그 범위 안이고, 공유할 사례도 그 안에서 나온다.

용도를 고를 때는 ‘자주 하고, 형식이 정해져 있고, 틀려도 바로 보이는’ 일부터 잡는다. 회의록 정리, 메일 초안, 자료 요약 같은 것들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대외 문서나 계약 검토에 붙이면 첫 실패가 크게 남아서 그 뒤가 없다.

반대로 “뭐든 자유롭게 써 보세요”로 열어 두면 넷 다 못 한다. 자유롭게 쓰라는 말은 아무 자리도 안 만들어 주는 말이다.


그래도 안 쓰는 사람은 남는다

장치를 다 두어도 안 쓰는 사람은 남는다.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가 그 사람들을 ‘변화 저항’으로 분류하는 것인데, 대부분은 저항이 아니라 그 업무에 실제로 안 맞는 경우다.

반복이 적고 판단 비중이 높은 업무, 외부에 그대로 나가는 문서를 다루는 업무, 원본 데이터를 밖으로 못 내보내는 업무 — 이런 자리는 지금 도구로는 이득이 작다. 억지로 붙이면 오히려 검토 시간이 늘어난다.

직무가 대체된다는 이야기를 정리하면서도 같은 결론에 닿았는데, 단위는 직무가 아니라 작업이다. 어떤 작업에 맞고 어떤 작업에 안 맞는지를 조직이 먼저 정리해 주면, 교육 이후의 대화가 “왜 안 쓰냐”에서 “어디에 쓸 수 있냐”로 바뀐다.


정리하면

교육은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니다. 그런데 예산과 성과보고는 대체로 교육에서 끝나게 짜여 있어서, 가장 중요한 2주가 아무의 일도 아닌 상태로 남는다.

덧붙이면 이건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승인된 용도 세 개를 정하는 일도, 질문 자리를 2주 여는 일도 돈이 아니라 누군가의 결정과 시간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어렵다 — 예산은 품의로 잡히는데 결정은 아무 문서에도 안 잡힌다.

다음에 사내 AI 교육을 기획한다면, 교육 예산의 10분의 1이라도 그 뒤 2주의 운영에 배정해 보시길 권한다. 강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바꾸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크게 남는다. 교육은 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기억으로만 남고, 기억은 두 달을 못 간다.


이 글에 쓴 근거

  • 여행신문 「AI는 선택 아닌 필수?…생성형 AI로 관광업 경쟁력 높인다」(서울시관광협회 ChatGPT 실무 교육) 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0193
  • 교육 이후 정착에 관한 서술(세 가지 결핍·2주 장치)은 저자의 사내 교육 설계·수행 경험에 따른 판단이다.

필자는 AI 솔루션 공급사에 재직 중이다. 이 글은 개인 견해이며 소속사 입장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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